종부성사를 기다리며

방금까지 중환자실에서 있었던 일.

얼마 전에 조오련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해서 많은 사람들이 또 한 번 슬퍼하는 일이 있었다.
심근경색이란게 쉽게말해 심장을 먹여살리는 혈관이 막혀서 심장이 죽어버리는 건데, 심장기능이 멈추면 어떻게 될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요즘 내가 도는 파트가 이런 협심증, 심근경색증 환자를 보는 순환기내과인데, 내가 근무하는 병원의 순환기 스탶선생님이 하도 무시무시해서  레지던트들이 심근경색이 일어날 지경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하루하루가 괴로움의 연속인 가운데 입원환자까지 엄청 늘어나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고 있다.

오늘 오후 늦게 48세 남자가 심정지 상태로 119구급대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심근경색이 의심되서 우리 파트로 arrange되었는데, 어제 대박 중환을 받아 밤새웠는데 또 다시 중환이 오니 정신줄을 놓을 지경이 되었다.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후에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하였지만, 상당시간 심정지상태로 뇌에 산소를 공급못해 저산소성 뇌사상태로 빠졌으니 아직은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일이다.

중환자실로 환자를 옮기고 관찰 중 또 다시 심정지를 일으켰다.
인턴선생님들이 다 불려와서 또다시 강심제를 투여하고 제세동기도 사용하며 30분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겨우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한다.

심폐소생술때 인턴선생님들이 불려오는건 흉부압박을 하기 위해선데 흉부압박이 뭔지는 아래 사진 한장만 봐도 대충 머리속에 그릴 것이다.
                                                                                아~이거!
 
근데 영화나 드라마같은데서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연기를 했으면하는데 설렁설렁하는 거 볼때면 때려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거 제대로 하면 굉장히 힘든다. 나같이 땀많은 사람은 2분만해도 가운이 다 젖는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환자의 아내와 누나등 보호자들을 만나서 최선의 치료를 한다해도 좋아질 가능성보다는 나빠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에둘러 사망가능성을 경고한다. 그리고 DNR(do not resuscitation, 심폐소생술의 거부)할 권리도 있음을 설명했는데, 이미 응급실에서 환자의 상태를 들은 환자의 아내가 종부성사해 줄 신부님을 모셔오기로 했다고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살려달라고 간청한다.

"그거는 잘 아시다시피 저~~~위에서 관장하는 거라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으니 최대한 빨리 신부님을 모셔오세요."
신부님이 오시기까지 대략 1시간동안 2차례 심정지가 일어났는데 또다시 강심제를 투여하며 심폐소생술 후 다행히 심장은 1분에 90번 정도 뛰고 있었고 그때 로만칼라의 신부님이 중환자실로 들어오셨다.
 
나도 소싯적엔 열심히 성당을 다녔기에 신부님에 대한 원초적인 경외감이 있어, 나도 모르게 신부님을 안내해서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고 뒷자리로 피한다. 그리고 조용한 중환자실에 곧바로 신부님의 낭랑한 기도문 낭독이 시작되었다.

환자 가족들 뒤에서 나는 환자의 심박수에만 집중한다. 
종부성사중에 강심제를 투여하고 흉부압박을 하는 난리를 피우고 싶진않았다. 

심박수는 1분에 90회정도를 잘 유지하였지만 조금씩 느려진다. 
이젠 대략 70회정도..

가톨릭예식이 다 그렇듯 종부성사도 꽤나 길었다.
아니다. 실은 짧았지만 떨어지는 심박수에 초조하다보니 길게 느껴졌었나보다.

이젠 60회정도로 떨어져 아까처럼 갑자기 확 떨어지나하며 뒤에서 까치발들어가며 안절부절하는 중에 신부님이 돌아서신다. 
끝났나보다. 다가가서 신부님께 살짝 다 끝난겁니까라고 여쭤보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러자 정말 거짓말처럼 환자의 맥박수는 0으로 뚝 떨어졌다.

환자의 아내는 울면서 DNR 하시겠단다. 
그래서 더이상 심폐소생술을 하지않고 사망선고를 하려는데 환자의 매형과 이모라는 사람이 날 잡아 끈다.
그때 시간은 밤 11시 40분쯤..
20분만 있으면 하루를 넘기는 거니 조금만 더 심폐소생술을 해달라하신다.
흉부압박같은 건 말고 강제로 심장을 뛰게하는 약이라도 써달란다.(아까 DNR을 설명해서 다들 아신다.)

이건 장례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있다.
3일장에서 20분만에 하루가 지나가버리는 거니 이런 시간에 사망하면 유가족이 장례를 치르기가 무척 곤혹스럽다한다.
옆에서 듣고있던 환자의 아내도 반대하지않는다. 
그래서 마치 애프터서비스한다는 묘한 느낌을 가지며 강심제가 무척 효과적이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투여하였다. 

아무런 효과가 없다. 
또 한차례 투여하였다.
역시 심박수는 0. 
세차례 투여하였으나 신부님을 기다릴때처럼 심장은 다시 뛰어주지않는다. 

마치 종부성사가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이 안타까운 사람을 거둬가신 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가 마치 삶을 주물럭거릴 수 있다는 듯이 마음속 우쭐함을 애써 가리며 강심제를 투여하는 꼴이라니...

가족들도 더이상은 원하지않으셨다.
밤 11시 50분 사망하셨다.

by 마늘맨 | 2009/08/13 02:18 | -_-; | 트랙백 | 덧글(5)

오랜 만에

#1
밀린 미비차트와 케이스 발표 준비하러 연휴임에도 병원에 나오다.
치프샘의 최후 통첩을 받고 꾸역꾸역 미비차트 쓰는 중.

블로그에 잡설을 쓰는 등 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노는게 아니라

'할 일의 90%는 마감시간 임박 10%에 이루어진다.

일의 사안이 중대하고 일의 양이 많을 수록 더욱 그러하다.

미리해봤자 잘못된 부분이 마감시간직전에 발견되서 난리법석떨게되어있다'는 인생법칙 제 7조에 의거,

노는 척하면서 데드라인을 기다리며 속으로 불안해하는 초조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능..;;

조양 결혼식 못가서 미안~
행복해야해~

#2
의국 컴에다가 갖가지 음악을 저장해 놓고 잡일하거나할 때 들었는데 누군가 따라다니면서 하드를 싹싹 지우는거다.
용의자가 2명정도있으나 물증이 없다.

파릇파릇한 1년차샘들은 도시락이니 벅스뮤직이니 로그인해서 스트리밍서비스로 음악을 듣고있다.
요즘은 이렇게 음악을 듣는게 대세인가보다. 
하도 지워대니 나도 짜증나서 멜론에 돈내고 스트리밍서비스로 음악을 틀어놓고있다.

내과과장님은 50대 중반이신데 내가 볼때 연세에 비해서 컴퓨터등 전자제품에 대해서 나름 식견을 가지고 계시다.
한가지 단점은 버전이 약간 구버전이란거..

MS 오피스 2002, 한글 2002이상 깔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사실 나도 오피스든 한글이든 저정도 버전이면 쓰는데 아무 불편이 없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싫으시댄다. 물론 변화에 따른 적응이 싫으신 거겠지만..
과장님과 미팅하는 컴퓨터의 익스플로러 버전을 8.0으로 바꿔놨는데 아직 이건 눈치못채신거 같다.ㅋ

어제 멜론을 쭈물럭거리면서 과장님의 마음이 일순 이해가 갔다. 
새로운 걸 배우려니 스트레스긴 스트레스다.


#3
오랜 만에 글을 올린다.

작년에도 글쓰려면 충분히 썼겠지만
내과 레지던트 1년차가 계속 블로그 운영하면 
웬지 안바빠보이잖아??(잉??뭥미??)

이것 저것 쓰고싶은 건 많은데 정리가 안되서
그냥 편하게 툭 쓰고 나면 앞으로 더 자주 쓸 거같아서 잡설을 올려본다. 

by 마늘맨 | 2009/06/07 15:09 | -_-; | 트랙백 | 덧글(7)

근황보고

#1

올해부턴 내과 레지던트로 살 예정.

조낸 치열한 레지던트 입성과정(경쟁율이 무려 230 : 230!!

그..그렇다..1:1..-_-;;)을 지켜본 지인들이

인생 너무 날로 먹는거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인생역학 제 1 법칙(럭키 보존의 법칙)에 의하면 한 인간 운(運)의 총량은 일정하게 정해져있는 바

어딘가에서 득(得)을 보면 또 어딘가에서 실(失)을 하게 마련이니 너무 시기하지마셈.

담달부터 픽스턴 돌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효...흙흙..ㅠ.ㅜ






#2

병원근처 청계천 옆 광장시장..



시장 안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순희네 빈대떡.

빠삭빠삭하고 고소하고 엄청 싸다.

비만 오면 이곳에서 빈대떡에 막걸리를 마셨으나

병원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걸리는 관계로 추워진 요즘은 뜸했던 곳.






#3

지난 여름 휴가때 집에 들렀을때 찍었던 개돼지

목욕후 피곤한 모습



밥은 먹고 다니냐..







#4

11월 한 달간 응급실을 돌면서 무려 7kg감량했으나 12월에 이비인후과를 돌면서 가뿐히 회복..ㅜ.ㅠ

이비인후과가 그리 편한 과는 아니나 외래에 주전부리가 가득 쌓여있고

또 외래간호사의 눈치에도 불구에도 싹쓸어 담는 후안무치함을 발휘해 증량에 성공..;;

레지던트 1년차때 살 많이 빠진다니 있는 힘껏 부풀려놓자






#5

2007년 결산 추천 국내 앨범

브로콜리 너마저 - 앵콜요청금지
Donawhale - Donawhale
루싸이트 토끼(Lucite Tokki) 1집 - Twinkle Twinkle
파니핑크 - Mr. Romance

애네들 좀 짱인듯..

by 마늘맨 | 2008/01/05 01:30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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